어느 날 나는 흐린 카페에 앉아 있을 거다
뒤늦게 삐뚤어지기 시작한 사춘기 아이처럼
때아닌 장마 때문에 종일 반항하는 우산을 붙들고
중심을 잡으려고 애써보지만
우산은 자꾸만 기울어진다
내가 좋아하던 형이 좋아하던
황지우 시인의 시를 좋아하던 여자친구는
흐린 날이면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 귀찮다며
신경질적으로 얘기했다
비 오는 날 카페
늘 앉는 자리에 이미 사람이 앉았고
내가 해야 할 생각과 말이 그대로 남은 자리를,
타인의 자리에 앉아 힐끔거린다
비가 그쳐도 날은 계속 흐리고
언제든 비는 내릴 것처럼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여자친구가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말
다시 후두두
투명한 유리창에 흐려지는 얼굴
어두워지는 바깥이 밝아지는 카페를 비추고
내 것이 아닌 채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카페에 앉아 있을 거다